“‘한국 청년들,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멋지다’ [‘Korean Young People Are Cool Enough as They Are Now’]"
Chosun Ilbo, May 2010
세상에는 두 종류의 한국인이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남한인과 북한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당당하고 멋진 외모의 한국인과, 걱정과 자괴(自愧)로 내면이 위축된 한국인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주 나는 서울 국제작가 축전에 참석하러 서울에 갔다. 서울과 전주를 여행하는 일주일 동안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다. 어찌나 친절한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끊임없이 감동했다. 서울 강남의 가로수 길 찻집에서, 가회동의 도자기 상점에서, 홍대 앞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품위가 있었다. 나와 동행했던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도 한국의 젊은이들 모두가 멋있다고 경탄했다.
하지만 젊은이들과 좀 길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겉으로 보이는 멋진 모습의 한국인과는 다른 내면에 걱정이 가득한 한국인을 보았다. 한국 경제가 어렵고 실업률이 높아서일까. 미국 실업률은 10%, 영국은 8%, 일본은 5%인 데 비해 한국은 3.8%로 실업률은 양호한 편이다. 서구 언론은 한국이 세계 경제 위기에서 어떤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안정된 정부와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력, 세계적인 신용등급을 지닌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매력적이다.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라면, 한국은 중요한 파워의 현장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런 좋은 뉴스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만난 젊은이들은 현재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고 믿고 있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 위상에 대해서도 내 생각과는 사뭇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99점을 맞은 아이가 1점을 놓쳤다고 자책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부모님이 정말 자랑스러워하실 거 같은데요." 그들의 답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아뇨, 그렇지 않으실 거예요." "왜요?" 내 질문에 그들이 내놓은 이유는 다양했다. "아직 결혼을 못했거든요." "좋은 대학에 못 가서요." "이혼을 했어요." "생긴 게 시원치 않아서요." 자신의 부족을 토로하는 목록은 끝없이 이어졌다.
자기 계발 욕구나 겸손함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한국 젊은이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심각한 불만에 붙들려 있었다. 이달 초 연세대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3까지의 학생 54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니 53.9%가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달리 말하면 한국 어린이 절반은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OECD 26개 회원국 중, 한국 어린이들이 가장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맙소사! 한국처럼 경제가 발전한 나라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라면 세상이 정말 멋지게 느껴져야 할 텐데. 건강한 고3이라면 하늘만이 자기 한계로 여겨질 텐데….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물이나 멋진 외식(外食)이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정말 필요한 몇 마디 말이 있다. 이들에게,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멋지다"고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젊은이들이 지금 자신에 대해 더 나은 평가를 내리도록 삶의 관점을 바꾸는 게 늦지 않았다고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당근이 채찍보다 낫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하고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지금이 바로 우리 주변의 젊은이들에게, 한국 사회에 "잘하고 있어"라고 칭찬해주기에 딱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