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는 팀 [The Winning Team]"
Chosun Ilbo, December 2009
뉴욕의 퀸스에서 자랄 때 나는 운동을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키는 껑충 큰데 여기저기 쿵쿵 부딪히는 좀 둔한 아이였다. 체육시간이면 경기 팀을 짜는데, 나는 언제나 제일 마지막까지 뽑히지 못하고 남아 있는 아이였다. 물론 나는 팀장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난 달리기도 잘 못하고 주의가 산만해서 공을 잘 잡지도 못하고 잘 치지도 못하는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마음속으로 나는 언제나 잘하는 팀에 뽑히고 싶었다. 왜냐면 나도 잘하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우리 팀에 대해 큰 신뢰를 가졌다. 또 나는 물을 잘 떠다 주는 아이였고, 다른 아이가 넘어지면 재빨리 양호실로 데려다 주는 그런 아이였으니까.
칼럼을 쓰는 일은 새로운 경기에 참여하는 것과 같았다. 글을 쓰는 게 직업이지만 나는 소설가이지 언론인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나는 어머니께 "내가 칼럼을 쓸 자격이 있을까요?" 물었다. 아버지께는 "내가 너무 바쁘지 않아요?" 하고 슬쩍 물러섰다. 낯선 도시 도쿄에서 재일교포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음 소설을 준비하고 있는 터라 바쁜 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진짜로는 좀 겁을 먹었던 게다.
일곱 살 때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영어로 소설을 쓰는 내가 한국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해도 될지, 한국의 독자들이 내가 자기 팀에 끼는 걸 과연 반겨줄지. 그러나 어떤 팀이든 좀 이질적인 선수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내게 이메일을 보내준 독자들 덕에 나는 물주전자를 든 팀원이 느낄 수 있는 소속감과 기쁨을 확인했다.
이제 한 해를 보내면서 나는 한국 사람들이 평소에 잘 안 하는 말을 해보고 싶다.
"정말 잘했어요!"
사실 그것은 어려운 말도, 힘든 말도 아니다. 그런데 언제나 열심히 사는 한국 사람들은 늘 "더 잘했어야 했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순탄치 않은 역사를 살아왔고, 아쉬운 일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 한 해만 돌아보아도 우리는 성장했고 포용력도 커졌다. 2008년 가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글로벌 경제체제의 일원인 한국도 큰 어려움을 만났다. 그러나 한국은 그 어려움을 현명하게 헤쳐나갔다.
나는 한국이 더 좋은 나라, 더 글로벌한 나라로 변모하기 위해 기꺼이 어려움을 견뎌내는 것을 목격했다.(바깥에서 보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한국은 단지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다문화사회를 맞이하는 문화적 이슈까지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이 같은 개방과 자각은 한국을 더 강하고 더 잘하는 팀으로 만들 것이다.
100여년 전 한국은 세계에 '은자(隱者)의 왕국'(Hermit Kingdom)으로 알려졌다. 나는 그 말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이 언제나 불편했는데, 이제는 드디어 이렇게 외칠 수 있다. "온 세계여, 보시라! 은자는 죽었습니다. 하지만 왕국은 다시 번영하고 있습니다. 만세!"
발전의 징표는 셀 수 없이 많다. 지난달 한국의 법원은 인도인 교수를 모욕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했다.(만인을 위한 정의의 승리!)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배우 겸 모델 마르코는 아르헨티나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본국 귀환!) 외국인 거주자가 110만명을 기록했다.(개방사회!)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 와서 자녀를 낳아 기르며 다문화 가족을 이루고 있다.(출산율 증가!) 한·미 혼혈인 미식축구의 영웅 하인스 워드를 한국의 자랑으로 생각한다.(친자 인정!)
이런 일들은 모두 제각각 벌어지는 것 같지만 실은 현대화된 한국, 개방적인 한국, 경쟁력 넘치는 한국을 소리 없이 외치는 증거들이다. 한국에는 새로운 주주가 필요하다. 한국에는 또 새로운 신념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한국인들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이 '완벽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팀을 만들려면 최고의 선수들을 얻어야 하고 또 지켜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한국은 더 잘 싸우고 더 많이 승리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규칙이 더 공정해지고, 팀 전력도 더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모국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다. "고마워요! 함께 뛰게 해주어서!"